부끄럽지만 솔직히 말하면 나는 항상 연애에 처참하게 실패하는 사람이었다. 매일 이별 후 아픔에 정신을 못 차리고 눈물을 흘리던 날이 많았다. 그러나 이런 경험들을 통해 나도 몰랐던 나에 대해 비로소 알게 되었다. 내가 생각하던 나와 사랑에 실패해 눈물짓던 내 모습은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연애는 지독하게 아픈 약이었지만, 그렇기에 내 삶에 큰 도움이 되었다. 나는 이런 무수한 실패를 바탕으로 어릴 적부터 작성해오던 이상형 리스트를 다듬곤 했다.
내가 처음 적은 이상형 리스트에는 단순하게 ‘날 사랑해주는 남자’라고 적혀 있었지만, 날 사랑한다고 말하며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며 추가항목들이 늘어갔다. 항목들은 점점 늘어 100가지가 넘었지만 ‘한 사람에게 모든 덕을 구하지 말라.’는 공자님 말씀처럼 시간이 흐르며 자연스럽게 하나씩 지워지고 제일 중요한 10가지가 남았다.
나는 이상형 리스트를 작성하며 나 또한 이런 모습이길 희망했다. 그리고 결혼식 하루만 아름답고 행복한 삶이 아니라, 여생을 평생 행복하게 살기 위해 많은 준비를 했다. 갈등을 느끼는 많은 부부들을 바라보며 심리학을 공부하고, 명확한 의사소통을 위해 화법을 바꾸고, 건강한 아이를 위해 술, 담배는 꿈도 꾸지 않았으며, 정크 푸드나 좋지 않은 음식들을 최대한 절제했고, 명상을 통해 사랑하는데 방해가 되는 내 안의 상처들을 어루만지며 새 사람이 되어갔다.
나는 사람 몸의 세포가 4년을 주기로 바뀐다는 이야기에 “만약 결혼 후 바로 임신한다면?”이라는 가정 하에 먹는 것 보는 것 듣는 것 모두 다 조심하려고 애를 썼다. 내 몸의 모든 세포가 최상인 상태에서 엄마가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출처] 결혼_좋은 글|작성자 니나